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많은 이들이 도쿄, 오사카, 교토처럼 잘 알려진 대도시를 우선적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적하고 정감 있는 소도시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바쁜 도시보다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 진짜 일본의 정서를 느끼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소도시 여행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닌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매력적인 일본 소도시, ‘규슈’, ‘도야마’, ‘아오모리’ 지역을 깊이 있게 소개하려 합니다. 각각의 지역이 가진 특색과 추천 여행 코스, 먹거리, 체험 등을 통해 소도시 여행의 진가를 만나보세요.
규슈의 따뜻한 온천과 먹거리
규슈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규슈섬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으로, 온천과 자연, 먹거리로 유명합니다. 특히 벳푸와 유후인은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벳푸는 ‘지옥온천(지고쿠)’ 투어로 유명하며, 다양한 색상의 온천수가 솟구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또한 온천 열기를 이용해 만드는 ‘지옥찜요리’는 규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체험형 음식으로,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후인은 예쁜 카페와 미술관, 전통 소품 가게들이 즐비한 감성적인 마을로, 여성 여행자들에게 특히 추천되는 곳입니다. 유후인 역에서부터 유후인 플로랄 빌리지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은 마치 동화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또한 전통 료칸에서의 숙박은 규슈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녁식사로 제공되는 가이세키 요리는 지역 식재료로 정갈하게 차려져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줍니다.
그 외에도 구마모토는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구마모토 성과 스이젠지 정원 등 고즈넉한 명소가 많습니다. 미야자키의 해변, 나가사키의 역사 유적지, 가고시마의 사꾸라지마 화산 등도 함께 돌아보기에 좋습니다. 규슈는 JR패스 규슈권을 활용하면 열차 이동이 편리하여 소도시 간 이동도 어렵지 않습니다. 소박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이 지역의 매력을 체험하면, 일본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될 것입니다.
도야마의 절경과 알프스 같은 자연
도야마현은 혼슈 중부에 위치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지역으로, 일본 북알프스 산맥이 지나는 웅장한 자연경관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개방되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 관광 루트입니다. 높이 20m가 넘는 설벽 사이를 달리는 버스, 설산 위를 걷는 케이블카와 로프웨이는 마치 겨울왕국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도야마의 중심 도시는 조용하면서도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여행자에게 매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도야마성 공원은 역사적 가치와 함께 시민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근처의 도야마 시립 미술관에서는 현대 예술 전시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야마만에서 잡히는 흰새우(시로에비)는 지역 특산물로, 회나 튀김, 덮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도야마는 전통 공예가 발달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토나미 시’의 전통문양 우산, ‘다카오카 시’의 동제공예 등은 일본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체험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클래스도 인기입니다. 여행 시기가 맞는다면, 매년 봄 열리는 ‘토나미 튤립 페어’에서는 약 250만 송이의 튤립이 만개하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도야마는 진정한 힐링 여행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아오모리의 전통문화와 사계절 축제
혼슈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는 시원한 기후와 독특한 지역 문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 열리는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는 일본 3대 마츠리 중 하나로, 크고 화려한 등불 인형(네부타)을 태운 퍼레이드와 힘찬 북소리, 전통춤이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관광 행사라기보다는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의 잔치’로,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아오모리는 일본 최대의 사과 생산지로, 사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체험이 존재합니다. 사과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보는 ‘수확 체험’부터, 사과잼 만들기, 사과 온천 체험까지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활동이 가득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눈 쌓인 사과밭을 배경으로 한 설경이 매우 아름다워, 사진 찍기에도 완벽한 장소입니다.
자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이라세 계류’는 맑은 계곡물과 이끼 낀 바위, 고요한 숲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에서의 트레킹은 정신적인 힐링 그 자체입니다. 인근의 ‘토와다 호수’ 역시 청정한 물빛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사계절 모두 방문하기 좋은 명소입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겨울에는 얼음축제와 스노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어 연중 다양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문화적으로는 아오모리가 보존하고 있는 전통 음악과 무용, 그리고 지역 전통가옥 등이 깊은 인상을 줍니다. 아오모리 시내에는 전통 민예품을 판매하는 시장과 상점가가 있으며,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느리고 차분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아오모리는 일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감성적인 목적지입니다.
일본의 소도시들은 규모는 작지만 그 속에 담긴 문화, 사람, 자연은 대도시 못지않은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규슈의 따뜻한 온천과 사람들, 도야마의 깨끗하고 압도적인 자연, 아오모리의 전통과 정겨운 분위기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기에, 소도시 여행만의 특별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줍니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짜 일본을 만나고 싶은 분들께 이 세 곳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이제는 사람 많고 복잡한 도시 대신, 감성과 힐링이 있는 일본 소도시로 떠나보세요. 진짜 여행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